내가 좋아하는 페퍼양에 대한, 좋아하는 묘사. 이런 후줄근한 인간이 좋다.
본래 검었을 망토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새뽀얗게 먼지가 앉아 조금만 들썩여도 먼지구름이 일곤 했다. 가죽으로 만들었을 신발은 날근날근하게 삭아서 물먹은 종잇장 같다. 왼발에 신겨진 신발에서는 엄지발가락 하나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망토로 가려져 있지만 그 헐거워진 천의 헤어진 올올 사이로 보이는 옷가지도 멀쩡한 모양은 아니었다. 누렇게 빛이 바랜 면직물이 후줄근하게 늘어져 바지를 덮고 있었는데, 이 바지란 것의 모양도 흘끗 보아도 겨우겨우 바지라고 해 줄 만한 것이었다. 저 끝에서 이런 구석까지 아주 먼 거리를 여행해 온 여행자의 옷차림이라고 해야 그냥저냥 그러려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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