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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2 살아있습니다.

살아있습니다.

어릴적에 팽개쳐둔 자식이 어떻게 살고있나를 확인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부도덕함으로 오랫동안 블로그를 돌아보지 않았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자 카운트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짧은 글을 남겨본다.

블로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이년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어쨌든 잘 살고 있다. '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고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떠밀림 같은 것이라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것 만으로도 오늘의 나를 내일로 데려다 준다.

가끔은 재미있는 일들이 다 죽어버린게 아닌가 의심한다. 그것들은 다들 내 손안에 끊어진 꼬리를 남기고 도망친 도마뱀들처럼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유유히 떠나버린게 아닌가 싶다. 내가 즐거웠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 즐거운 것이 아니라 옛날에 즐거웠던 것의 토막난 흔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든 것이 옛날만큼 즐겁지는 않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다 준다. 과거에 즐거웠던 것들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글쓰는 것마저도 옛날만큼 즐겁지는 않다. 더 이상 말하는 것처럼 술술 써진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잃어버린 문장들은 메마른 상상속 어느 강가에서 조용히 잠겨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이상 학생은 아니언만 시간은 학교 다닐때보다 훨씬 부족한 기분이다. 결국 시간을 못 내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야 하는 일들을 미루기 위한 잠깐의 유예는 언제나 부족하고, 그렇게 보낸 시간은 만족스럽지도 않다. 여유 시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써야 한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리고 그렇게 보내다보면 어느 순간, 즐거움이 다시 문을 두드리리라 믿는다. 매일 내 창문을 두들기는 옆집의 삼겹살 냄새 말고 진짜 좋아서 비명을 지를만큼 아주아주 커다란 즐거움이.

제대로 글을 써 본것도 반년이 넘었다. 어떻게든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잡스런 강박에 시달려 부스러기같은 글들을 조금조금씩 쓰다가 그나마도 접어둔지가 반년이 넘었다. 마른 강바닥을 파헤쳐서 젖은 흙을 찾는 목마른 사람처럼 나는 내 머릿속을 득득 긁어서 글을 지었다. 그것은 즐겁지도 재밌지도 않은 과정이었고 결국 실패해서 제자리로 물러섰지만 어쨌거나 나는 계속 글을 쓰리라 생각한다. 쓸수 있건 쓸 수 없건간에 나는 언제나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작년의 매달린 자의 발버둥같은 처참한 글쓰기에서 깨달았다.

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쓰고싶어진다. 그것이 어쩌면 나에게 즐거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퇴근해서 운동하러 가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을 오늘의 이 '하고싶은'일에 써야겠다.


어쨌거나, 잘 살고 있습니다. 최대한 잘 살려고 매일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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