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 6 (끝)


그것은 성냥팔이 소녀가 생의 마지막에서 겨우 즐길 수 있는 화려한 환상 같은 것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을 때를 이야기했다. 밖으로 나가면 이런 걸 할꺼야. 사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담배지, 밖에 나가면 면세점에서 담배를 면세한도까지 사서 잔뜩 피우는거야. 이런 작은 방 같은 건 담배연기로 채우는 것도 금방이거든. 방을 담배연기로 가득 채우고 연기로 된 도넛도 만들고 그런 것들을 해야지. 애들이 그런 걸 보여주면 정말 좋아하거든. 마누라는 별로 안 좋아해. 건강 생각해서 빨리 끊으라고 하지.

혹은 무엇을 먹어야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질되어가는 음식을 조금씩 입에 떠 넣으며 음식을 이야기한다. 왜, 부침개를 바작바작 튀겨서 그 가장자리만 먹는 거야. 그런 다음에 가운데부분을 먹어야지. 부침개는 가장자리가 맛있잖아. 김치랑 오징어랑 송송 썰어넣고 그걸 확 달아오른 후라이팬에 착 올려서 자글자글 지져가지고 뒤집개로 탁 뒤집는거야. 그러면 뒤도 노릇노릇하게 익잖아. 그게 식어서 눅눅해지기 전에 빨리 먹어야지. 애들이 그거 정말 좋아하거든. 접시에 올라오기도 전에 전부 젓가락 들고 기다리고 있어서 가장자리 먹기도 힘들어. 여럿이 있으면 자기 먹고 싶은걸 양껏 먹기 힘들지. 왜 통닭 시키면 닭다리가 두 개밖에 없어서 애들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니면 나갔을 때는 인기 시리즈인 책의 뒷이야기가 나와 있을까? 완결을 얼마 앞두고 있어서 전 세계를 흥분하게 했던 그 요란한 시리즈의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하면서 말하는 내용은 책의 주인공과 등장인물이 억지스럽게 모두 행복해지는 내용이었다. 애들이 이 사람은 사실은 죽지 않은 거라고 그랬지. 밤에 읽어주면 그렇게들 얘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말을 해줘야 해. 마치 그들이 쓰인 이야기의 마지막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듯이 몇 번이나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이야기를 새로 쓰면서 누구도 조금도 불행하지 않은 이야기를 천천히 만들어간다.

조심스럽게 가장 따뜻한 낮 시간에 조용조용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나갔을 때를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부인이 있는 따뜻한 풍경으로 작은 공간을 환하게 채워본다. 환상으로 배를 채우는 것처럼, 성냥팔이 소녀가 타인이 볼 때는 무의미하게 계속 성냥을 긋는 것처럼, 나갔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 한낮의 일과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저 먹고 잘 뿐이었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력만을 남기고 동면하듯이 잠들었다. 그러나 식량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것은 오랫동안 남아있는 기아의 고통뿐이었다. 굶주림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또한 고통스런 죽음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좀먹어간다. 사실은 구조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사 새로이 부질없는 희망을 더하여 남은 목숨을 괴롭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의 의욕이 꺾이자 생명 또한 빠른 속도로 시들어갔다.

남자는 마지막 숨을 쉬듯이 말을 새겼다. 말로 묘비를 세우듯, 단단하게 말을 세운다.

"이게 마지막인 거겠지."

붓끝을 꼿꼿하게 다듬는 듯한 정성으로, 그는 마지막이 될 말을 단정하게 준비한다. 준비가 끝나고 마침내 획을 긋듯이 말을 할 때가 되었다.

"사실 내 가족들은… 전부 저 밖에 있어. 약속이었거든. 올해 여름에는 다 같이 다른 나라에 가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한국에는 없는 색깔 바다도 보여주고 외국인들이랑 외국말로 얘기도 해 보자고."

솟구치는 울음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는 소리가 꿀꺽하고 들렸다.

"사실은 나가고 싶지 않았어. 나가도 저 밖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거기에 있지 않다고. 또 다시 함께 웃으면서 여행을 계속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

눈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자기 안의 다른 풍경을 응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살아서 가족을 만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여기에 있어야겠지. 사실은 떠나고 싶지 않았어. 내 주검은 저 바깥에 던져 주었으면 좋겠어. 그게 마지막 부탁이야. 함께 있고 싶어."

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 사실, 봤어. 당신이 바라보던 창 밖에 무엇이 있는지."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손을 쥔 손바닥에는 촉촉하게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경련하듯이 움찔 움직였다.

"응, 당신은 살아서 가족을 만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아주 많이."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구조대가 저기에 와 있으니까, 그것도 오래 전부터. 그렇지."

마지막 목소리는 한숨소리같이 꺼져갔다.

"그런데 왜 나가지 않았을까. 말해주지 않았더라도 그냥 처음부터 저 밖으로 나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은 저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여기 있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남자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눈 속에서 빛이 꺼지는 모습을 지긋하게 바라보던 그녀가 마침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물어볼까봐 남아있었어요. 누군가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물어볼까봐."

여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아직 따뜻한 남자의 손을 잡고 여자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잖아요. 아무도."

남은 여자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매듭을 푸는 것은 오래 걸렸지만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예의 그 형광색 겉옷을 두어번 털어 주름을 펴고 팔을 꿰고는 문을 열었다. 철문 앞에 죽어있는 남자의 시체 때문에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며칠이나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동강난 비행기 위에 잔뜩 쌓여있던 잔해를 헤치고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잔해 때문에 그들이 있었던 곳은 밖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오랫동안의 금식으로 수척해진 몸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수척해진 여자가 남자의 시체를 끌고 나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남자의 시체를 남자의 좌석이 있던 자리로 옮겨놓고

잠시 그들이 있던 작은 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첫날 위치를 확인해두었던 구조본부가 있는 곳을 향하여 발을 옮겼다.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만이 방 안에 남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용돈벌이를 위한 사악한 목적으로 학교 공모전에 냈던 소설.
의도의 불순함인지 작위적인 대사처리 때문인지 용돈벌이에 실패했다.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켜 끝내는 나갈 수 있어도 나가지 않는,
그 심리를 설득시키는데 얼마간 실패했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나는 이 글에 만족하고 있다.
내 마음이 언젠가 그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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