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呼ぶ聲 (부르는 목소리)

햇살이 노곤한 날에는 빨래를 널고 낮잠을 잔다. 빨래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꾸벅꾸벅 베개를 안고 잠드는 것이 즐거움이다. 막연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즐긴다. 햇살에 반짝이는 유리창과 유난히 싱싱한 초록 잎사귀와 가끔 한번씩 불어오는 어제와 다르게 따뜻한 바람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재운다. 아득한 시간 속, 습관처럼 그녀를 생각하면서 설핏한 잠에 빠진다.

주어진 빈 시간을 그녀 생각으로 가득 채우던 시간들이 있었다. 감당못할 만큼 벅찬 마음을 겨우 끌어안고 허덕이면서, 도무지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 생각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안절부절 못하면서 할일을 찾고 그러다가 또 문득 다시 그녀가 생각나면 그 모든 것들을 팽개치고 마음 속을 배회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를 생각하느라 지칠만큼 자신을 안달하게 내버려두었던 날들이 있었다. 만나는 모든 것들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자신에게 짜증을 내던 날들이 있었다. 내 것인데도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죽이거나 죽어서 그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워서 그녀가 생각나고, 외로운 것들은 외로워서 그녀가 생각나는 바람에 한 순간도 자신을 쉬게 하지 않고 그녀를 생각하게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들어주던 그녀가 있었다. 자신에 대한 마음을 한 순간도 눈 돌리지 않고 조용하게 들어주던 그녀가 있었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쏟아져서 정말 보기에 안좋은 광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하염없이 소리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던 날에도 말갛게 그 자리에서 그것을 지켜봐준 그녀가 있었다. 조금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거기에 있던 그녀가 있었다.

그 모든 벅찬 감정들이 습관처럼 배어서 그저 숨쉬는 것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내가 있었다. 이상하지도 낯설지도 않게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내가 있었다. 기쁘게 해주고 싶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사랑해주고 싶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외롭지 않다고, 당신이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말해주고 싶은 내가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으로,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기억하여 고스란히 당신에게 건네주고 싶은 내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런 날은 잠이 드는것이 좋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싶어지는 날에는. 그 모든 눈물을 듣고도 앉아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던 당신을 생각하게 되는 날에는. 모든 것이 나쁜 꿈인 것처럼 잊고 깨어난 후에는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아프고 슬퍼지는 마음을 어떻게든 보듬어주고 아름다운 것들의 아름다움에 푹 취하여 당신에게 더 따뜻하게 전해주고자 하여.

그리고 당신이 부르는 목소리에 일어나기 위하여. 저녁나절 배고픈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 나를 깨우는 그 순간에 그냥 다 잊고 배시시 웃으려고. 따뜻한 밥 한 숟갈 뜨는 당신 보면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려고.


애절 100제의 모든 글은 같은 두사람에 대해 쓰고있습니다.
글이 워낙 단편적이라서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굳이 설명을 붙여봅니다.

지난번도 그렇지만 유난 주제하고 관련없어보이는 글입니다.
수련이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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