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 1

추락하여 동강난 비행기의 철문으로 닫힌 퍼스트클래스 안에 사람은 모두 일곱이었다. 바깥은 민가 하나 없는 차가운 산 속이라고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을 부축하여 이 작은 방에 모여 그들의 온기로 서로를 데우고 있었다. 의사는 없었다. 살필 수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 뿐이었고 그나마 제대로 치료를 할 방법도 없었다. 물과 식량은 충분한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의 지적처럼 언제 구조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일렀다. 기내에 있던 짐들에서 꺼낸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옷가지를 겹겹이 껴입고 둥글게 둘러앉아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람이 일어날 때마다 일행에서는 약간의 동요가 있었지만 마지막 사람까지 깨어나자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약간의 기쁨도, 약간의 슬픔도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졌다.

창 밖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나머지 여섯의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새기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상을 기억한다.

남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큰 상처를 입은 여자가 있었다. 본인은 극구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괜찮지 않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얼굴이라던가 말투라던가 그런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 상처로만 기억되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누군가가 그 사람에 대하여 물어보면, 음, 상처가 컸어, 외에는 그렇게 말할 것이 없는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부부가 있었다. 말을 하지 않는 만큼 그들 사이의 긴박한 감정이 더 진하게 전해지는 그런 부부가 있었다. 떨어진 속눈썹이 부인의 이마에 붙어 있는 모습은 그런 상황에서도 사뭇 희극적인 광경이었지만 그것이 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던 남편은 그 속눈썹을 떼어 주지 않았다. 남편의 눈가가 웃는 것처럼 실룩 움직였다.

토끼같은 느낌을 주는 남자도 있었다. 불안을 찾아 쉴 새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러나 무거운 몸 때문에 불안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집토끼처럼 무기력한 인상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토끼가 끊임없이 풀을 삼키는 것처럼 하염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이 다른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데가 있는 남자였다.

기묘할 정도로 조용한 남자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 대신에 끊임없이 옷가지를 추스르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동작으로 자신의 초조와 불안을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너머에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혹은 그의 눈 속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집요한 시선이었다.

침묵을 깬 것은 체격에 비해 수척한 남자였다. 알이 깨진 안경을 걸치고 있는 그의 눈썹 위에는 피딱지가 엉겨붙어있었다.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안경 때문인지 유난히 눈 아래에 그림자가 깊이 드리운 남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입만 움직여 침묵을 깨트렸다. 사람들은 말의 내용보다는 말 자체에 화들짝 놀라 그를 주목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처에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없을지도 몰라요."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우리는 나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묵묵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던 남자가 말을 꺼내기 전에 누군가가 나직하게 말했다.

"문은 어차피 안에서 잠겨있어요. 나가는 건 상관없지만."

그것은 잊으려고 했던 공포를 깨우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밖에는 시체들이 있어요."

끈덕지게 무엇을 계속 말하려던 남자의 얼굴이 그 모양 그대로 굳었다. 그의 대답을 채근하는 것처럼 차근차근히, 단어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말했다.

"그 중에는 당신 부인의 시체도 있어요."

남자는 숨이 모자란 것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 소리없는 절규가, 퀭한 눈이, 유난히 선명한, 그의 것이 아닌 우스꽝스러운 형광색 겉옷이, 그를 마치 금붕어처럼 보이게 했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퍼덕이는 금붕어 같았다.

"당신 밑에 깔려 죽은, 덕분에 당신을 살린 아내의 시체가 저기 있어요."

쥐어짜인 금붕어가 입으로 내장을 토해내는 것처럼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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